스티브 라이히의 〈세 개의 이야기〉

2015. 9. 2. 17:59

테크놀로지에 실린 목소리 

 

한 세기의 마지막에 서서 지나간 100년을 바라보자. 1990년대 말 떠올린 지난 100년은 어떤 모습일까? 한 세기라는 시간 안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들은 무엇이고 이 사건들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오페라 <세 개의 이야기>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부부 예술가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b.1936), 비디오 아티스트 베릴 코롯(Beryl Korot b.1945)의 답변이다. 이들 부부는 20세기와 21세기가 교차하는 한 세기의 끝에 서서 지난 100년을 조망하고 20세기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모아 오페라로 만들었다. 이들이 선정한 3개의 사건은 그대로 오페라의 3개의 막이 되었고, 오페라의 제목 또한 ‘세 개의 이야기’라는 뜻의 '쓰리 테일스'로 정해졌다.

오페라 <세 개의 이야기>에서 선택된 3개의 이야기는 ‘인류와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반영한다. 다만 이들이 포착한 20세기의 테크놀로지는 마냥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지 않다. 오페라의 1막 ‘힌덴부르크’(Hindenburg)에 등장하는 테크놀로지는 인류를 충격에 몰아넣은 대형 참사이며, 2막 ‘비키니’(Bikini)에서 다루는 테크놀로지는 수많은 사람을 살상하기 위한 ‘핵실험’이다. 그리고 3막 ‘돌리’(Dolly)는 유전공학과 로봇의 인공지능을 상징한다. 이들이 포착한 테크놀로지는 세기 초에는 재앙을 안겨줬고, 중반에는 인류의 ‘파멸’을 예고했으며, 세기말에는 인류 그 자체를 변형시킬 수 있는 막대한 존재다.

한편, 이 오페라는 시학적. 미학적 측면에서도 테크놀로지와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선 부부는 이 오페라를 ‘다큐멘터리 디지털 비디오 오페라’라는 독특한 장르로 설정했고, 이렇게 새로운 타입의 오페라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상당히 많이 의존했다. 또한 이 오페라가 텍스트를 전달하는 방식은, 그 음향이나 이미지의 조작에 있어서 ‘테크놀로지’라는 매개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이 오페라는 이들 부부의 테크놀로지 사용에 관한 최전방의 실험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의 지난 수십 년간의 테크놀로지 탐구가 모두 이 작품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17.08.25. (공저)“테크놀로지에 실린 목소리: 스티브 라이히의 〈세 개의 이야기〉”, 『오페라 속의 미학 1』, 파주: 음악세계. https://www.yes24.com/Product/Goods/45093824


 

오페라 속의 미학 1 - 예스24

세아 이운형 문화재단 총서 4권. 오페라 속에 담긴 세계와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16세기 이래 발전하고 창작되어 온 오페라가 21세기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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