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보고 : 한국서양음악학회 제71차 학술포럼

2014. 4. 17. 00:00

한국서양음악학회 제71차 학술포럼이 3월 15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335호에서 열렸다. 이남재(교원대) 좌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포럼은 이선영(총신대), 우혜언(한예종), 최유리(이화여대)의 발표와 한 시간 가량의 토론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지정 토론자로는 나진규, 신혜수, 김진호가 나섰다. 이날 발표된 논문들은 주제 제한 없이 회원들의 음악적 관심사를 반영해 눈길을 끌었다.

발표된 세 편의 논문은 이선영의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오라토리오에 대한 연구: 《광야에서의 이스라엘인》(Die Israeliten in der Wüste)(Wq 238, H 775)을 중심으로’, 우혜언의 ‘음악의 수용과 공감’ 최유리의 ‘고다르의 누벨바그 영화를 통한 영화음악의 확장된 역할 연구: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 1960)를 중심으로’였다.  

첫 번째 발표자 이선영은 C.P.E 바흐의 오라오티오 《광야에서의 이스라엘인》의 작곡 배경과 사회적 환경, 작곡가 자신의 작곡 의도와 작곡기법 등을 논했다. 특히 ‘갈랑양식’(Galant Stil)과 ‘감정과다’ 그리고 ‘자유롭게 방황하는 음언어’(das Freischeifende)가 작품의 독창성에 주요하다며, 이는 바로크와 빈 고전주의를 연결하는 중계자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교적인 성격이 짙은 ‘오라토리오’라는 장르를 ‘콘서트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시도함으로써, 종교의 틀을 낮추고 더 많은 대중에게 ‘초교파적’으로 다가간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이 발표 중 ‘초교파적’의 개념이 도마에 올랐다. 이남재 좌장을 비롯한 일부 회원들은 ‘콘서트 오라토리오’로의 변화가 '종교성'에 기반한 초교파적 활동이 아닌, 대중성에 기반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이선영은 ‘초교파적’의 개념은 바흐 자신이 의지에 의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종교적'인 의도에 더 무게를 두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우혜언은 논문 ‘음악의 수용과 공감’을 통해 그간 학계에서 논의됐던 ‘공감’의 개념을 정리하고, 수용미학적 관점으로의 ‘공감’을 제시했다. 또한 ‘공감’이 작품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용자의 ‘미감’(taste/Geschmack)과 직결된다는 점, 공감이 미적 판단의 잣대를 형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문화산업에 의해 초래된 수용의 불균형과 공감의 왜곡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에 우혜언은 “20세기의 모더니즘 음악과 아방가르드 음악이 사회에서 외면당하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 투영된 연구였다”며 ‘공감’을 20세기 이후 음악의 수용현상과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발표 후 ‘공감’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굳이 18세기 이론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느냐는 점과 서양 사상을 동시대 동양 음악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에 우혜언은 현대 공감이론이 18세기 흄과 스미스 등을 언급한다는 점을 제시한 뒤, 당시 서양철학 내부에 있었던 동양철학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나아가 동서양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철학을 구분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정리했다.

또, 현대음악의 소통 불가능성을 청중의 ‘공감’ 부족으로 보는 견해가 엘리트주의적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청중이 현대음악의 감상에 있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이론에서는 작곡가와 청중이 불통의 책임의 소재를 나눠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객석에서 ‘공감’이 해석의 논의까지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 흥미롭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연사인 최유리는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1930-)의 첫 장편 영화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 1960)에서 영화 어법과 특징들이 영화음악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연구했다.

점프컷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음악을 사용한 점, 소격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사운드를 사용하는 것, 헐리우드와 차별되는 고전음악의 사용 등을 기존의 관습을 벗어난 음악 사용의 예로 들었다. 이는 큰 맥락에서 ‘음향 낯설게 하기’를 낳았는데, 이것이 기존 영화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작픔의 주제적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 같은 혁신을 통해 음악이 영화의 서사와 편집에 개입해, ‘들리지 않는 방식’으로 쓰여야 한다는 영화음악 법칙을 전복시켰다고 봤다. 

한편, 주인공에게 테마음악을 부여해 캐릭터를 강화하는 시도가 바그너와 그 당시 헐리우드가 사용한 라이트모티브 기법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최유리는 “시간 부족으로 논문 뒷 부분의 창조적인 음악 사용을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창조적인 음악 사용 방식에 더 초점을 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제71회 한국서양음악학회 포럼은 근래 보기 드물게 영화 - 오라토리오 - 음악미학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포럼이었다. 앞으로도 한국 회원들의 연구와 고견이 오가는 진중한 소통의 장이 되길 기원한다. 

(글 이민희Minhee Lee)

 

2014년 4월 17일 학술대회보고 : 한국서양음악학회 제71차 학술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