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치는 소년 - 박동욱의 삶과 음악

2024. 4. 11. 15:44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수용된 지 150여 년이 훌쩍 넘었고, 서양의 어법을 기반으로 ‘작곡’을 하게 된 것은 100여 년이 지났다. 본 저서 『북치는 소년: 박동욱의 삶과 음악』은 서구의 음악문화를 받아들여 자체적인 전통을 구축한 대한민국 양악계가 이제껏 논의하지 않았던 ‘타악기 연주자’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 심층적인 조망을 시도한다.

현재까지의 양악사 연구는 음악 현장에 존재했던 ‘연주자’라는 음악의 실현자, 당시 음악을 듣던 ‘관객’, 해당 음악이 존재할 수 있도록 뒤에서 보좌하는 악단 및 앙상블 ‘시스템’ 등의 존재를 서술하지 않았거나, 완전히 지워버린다. 1970-1980년대에 굵직한 음악 페스티벌이 열렸고 거기에서 어떠한 작품이 발표되었는지에 대한 자료 정리는 진행된 바 있지만, 해당 연주회가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었고, 당시의 대편성 관현악 작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랐으며, 이와 같은 작품 연주에 필요한 악단 및 악기의 재정비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는 관심 있게 살피지 않은 것이다.

이와 달리 이 책에서는 첫째, 작곡가 위주로 서술된 한국의 양악 및 창작음악 연구에 ‘연주자’를 중심으로 한 서술을 원로 타악기 연주자 박동욱(1935- )을 중심으로 시도하며, 둘째, 국립교향악단에서부터 KBS교향악단을 거쳐 한국타악인회 창단에 이르기까지 박동욱을 중심으로 다양한 타악기 음악의 형태와 제도가 국내 음악계에 뿌리내리는 과정을 추적하고, 셋째, 해당 연주자의 생애사적 정보를 섬세하게 다루되, 이를 연주회 정보와 레퍼토리, 앙상블 활동 등 다양한 자료를 포괄하는 새로운 유형의 ‘연주자 중심의 미시사’라는 형태로 제안하며, 넷째, 현재 국내 음악학계의 논의대상에서 제외되어 온 타악기 연주자 박동욱의 창작곡을 분석함으로써 기존의 작곡계가 아닌 새로운 중심지에 기반을 둔 창작 활동을 알리고자 한다.

박동욱의 음악 여정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타악기 전통이 있는 ‘해군 군악대’에서부터, 당시 정부에서 국가의 문화사절로 훈련시켰던 ‘예그린악단’ 그리고 1960년대의 ‘미국 유학생활’과 뉴욕을 중심으로 한 음악활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국내에 돌아온 후에는 국립교향악단 및 KBS교향악단의 수석 팀파니스트로 활약하며 타악기 주자의 역할과 활동 방향을 정립하였다. 더 나아가 박동욱은 국립교향악단의 실내악연주회 및 한국타악인회 활동을 통해 새로운 타악기 레퍼토리의 국내 도입과 초연에 앞장섰으며, 부족한 타악기 앙상블 레퍼토리를 위하여 작곡을 시작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연주자 · 작곡가 · 지휘자로 타악기 주자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생애 전 시기에 걸쳐 ‘타악기 주자’의 넓은 활동 영역을 제시하고 있는 ‘박동욱’에 대한 생애사적 추적을 기본으로, 20세기 중후반 대한민국의 ‘서양타악기’ 주자의 교육, 활동 범위, 그리고 동시대 음악계 전반에 미친 영향력 등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 책이 단순한 연주자의 생애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시대의 클래식 음악 문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이 책은 타악기 주자 박동욱의 어린 시절 사진에서부터, 예그린악단 시절의 자료들을 비롯하여 1960년대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미국의 음악가들 및 다양한 연주에 관한 자료, 초기의 국립교향악단에 대한 구술 증언, 1973년 이후 국립교향악단의 단원 목록, KBS교향악단의 창설 등에 관한 다채로운 인터뷰를 중심으로 저술되었다. 이러한 자료들은 사진 · 팸플릿 · 포스터에서부터 시작하여 몇 해 전 출간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구술채록연구 시리즈 294, 박동욱』(백영은)을 바탕으로 하는 바, 이처럼 이 책은 산재하고 부유하는 음악현장에 대한 파편적인 기록들을 하나의 ‘통합된 흐름’ 안에 엮어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그 중 1-2장 및 5-6장은 작곡가 김혜자의 저술로서, 박동욱을 중심으로 하는 생애사적 사건들과 타악기 주자로서의 활동 사항을 추적한다. 3-4장은 박동욱이 귀국 후 국내 음악계에 팀파니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자리잡는 모습을 다룬다. 이 시기는 음악학자 이민희가 저술함으로써 당시 한국 현대음악계와의 상호작용 및 ‘타악기’라는 새로운 유형의 악기를 국내에 공표하는 역할로서의 박동욱의 활약을 심도깊게 분석한다.

이어지는 7장은 박동욱의 음악세계로, 김혜자와 이민희가 공동으로 저술하였다. 분석의 얼개는 사전에 연구를 통해 나누어진 3기의 음악시기를 중심으로 하며, 국악 타악기에서 서양타악기, 그리고 국악기 일반을 아우르는 방대한 박동욱의 작곡세계 를 명쾌하게 조망한다.

 

1982년 7월 22일 박동욱 타악기 독주회 공연 장면 (출처: 북 치는 소년 - 박동욱의 삶과 음악)

 

1장, 소년, 해군 군악대와 만나다

박동욱은 1935년 서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다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힘든 유년기를 지냈다. 1951년 한국 전쟁시 만 16세에 해군 군악학교에 입학하여 음악교육을 받았으며, 해군 군악대에서 10년을 근무하고 1961년 제대 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포함 다양한 연주단체에서 연주활동을 시작한다.

2장. 하와이,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마침내 뉴욕으로
1964년 예그린악단 단원으로 선발되어 문화사절로 아리랑민속예술단 세계순회공연에 함께한다. 순회연주가 끝나고 뉴욕 매네스 음악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뉴욕생활을 시작한다. 1969년 매네스 음악대학교를 졸업하고 아메리칸 윈드 심포니와 협연하며 주목을 받는다. 이 시기 박동욱은 매네스 음악대학교 강사를 비롯하여, 그레이터 브리지포트 심포니의 수석 팀파니스트로 활동하며 전문 연주자 및 교육자로서 미국에서 활약한다.

3장. 귀국, 타악기의 새로움과 그 역할을 공표함
박동욱은 1973년 9월 국립교향악단 수석주자로 입단하고 1981년 KBS교향악단으로 수평 이동하여 1983년 3월까지 KBS교향악단 수석 팀파니스트로 활동했다. 이 시기 박동욱은 타악기 정비 및 보충, 각 대학에서 타악기 전공 강의, 현대음악 실내악연 주회 지휘, 타악기 앙상블 창단, 타악기를 중심에 둔 작곡 활동 등을 펼친다.

4. 개인 연주자로서의 도약
1983년 박동욱은 KBS교향악단을 떠나 개인 연주자 및 작곡가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타악기 독주회(1982년)와 한국타악인회 활동 등으로 보다 확장된 타악기 음악의 가능성과 연주자의 역할 확대를 보여준다. 1982년 타악예술협회(P.A.S.) 국제회의에 김덕수 패 사물놀이를 이끌고 참석하여 우리 민속 음악의 우수성을 보여준 것도 주목할만하다.

5장. 다시 새로운 꿈을 꾸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한 그는 1986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로스앤젤레스의 연구 교수로 머물며 김병곤 박사와 작곡 공부를 한 후 1987년 메사추세츠 대학교 로웰 음악대학의 대학원에서 지휘과 석사과정을 수료한다. 1988년에는 뉴욕 카우프만 콘서트홀에서 피리챔버앙상블을 객원 지휘하며 지휘자로서 공식적으로 데뷔하였고, 귀국해서도 지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이외에도 한국타악인회 여름학교 및 겨울 세미나, 대한민국 타악기 콩쿠르를 개최하고, 제주와 춘천에서 타악기박물관 건립 제안을 하는 등 타악기 교육 전반에 중요한 활동을 이어간다.

6장. 더 많은 이들과 타악기를 즐기고자 하는 노력들
박동욱은 음악활동 후반기에 창작에 열중하였으며, 특히 국악기를 위한 작품에 집중한다. 이 시기의 박동욱은 젊은 국악인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위한 위촉작을 많이 남긴 것은 물론, 미술전시회, 연극무대, 어린이 음악극 등 즉흥연주 및 창작곡 무대를 만들고 오페라를 지휘하며, 다양한 형태의 다매체 공연에 참여했다.

7장. 박동욱의 음악세계
박동욱의 창작시기는 1기(1969-1986년), 2기(1987-2002년), 3기(2004-2021년)로 나눌 수 있다. 1기는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1973년 귀국하여 국립교향악단을 중심으로 연주 활동을 활발히 행했던 시기이며, 2기는 국악전통리듬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1기의 아방가르드한 음향에 비해 음악이 보다 분명해지고 음악 안의 대조가 강조되는 시기다. 3기는 교육 활동, 연주 활동, 지휘 활동이 줄어들면서 작곡에 열중한 시기로, 다매체 공연을 위한 작품 등 다양한 유형의 창작 활동이 나타난다.

 

2022.12.30. 김혜자, 이민희, 『북 치는 소년 - 박동욱의 삶과 음악』, 서울: 모노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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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악인회 창단 (출처: 북 치는 소년 - 박동욱의 삶과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