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앙상블 콘서트

2020. 1. 3. 04:01

스트라빈스키 <관악기를 위한 교향곡>

I. Stravinsky (1882-1971) Symphonies of Wind Instruments (1947 Version)

<관악기를 위한 교향곡>은 스트라빈스키가 드뷔시를 추모하기 위해 작곡한 7개의 코랄 중 한 곡을 관악기 편성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에 작곡가는 이 곡이 ‘동종의 악기들의 서로 다른 모임에서 이뤄지는, 짧은 연도(Litaniae)로 풀어가는 엄숙한 의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작품 명에 등장하는 ‘교향곡’이라는 단어가 종래의 ‘교향곡 형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교향곡’이라는 단어가 그 본래의 어원, 즉 다양한 음향과 악기가 어울린다는, 즉 ‘같이 소리난다’는 뜻에 가깝다. 이 때문인지 음악학자 폴 그리피스는 “매우 다른 종류의 음악끼리 되풀이하여 바뀌는 엄격한 토막형식”이라고 이 곡을 설명한다. 한편 스트라빈스키는 <불새>를 작곡하면서부터 민속적인 요소와 리듬의 새로운 가능성에 심취하게 되는데, 특히 리듬에 대한 실험이 <관악기를 위한 교향곡>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곡은 단일악장이지만, 총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작품 내내 독특한 음색을 들려주는 다양한 관악기들이 등장하며, 코랄풍의 화성, 스트라빈스키 특유의 엉뚱하고 각진 선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끄는 변칙적인 리듬이 일품이다. 무엇보다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코랄은 리듬적으로 가장 안정된 부분으로, 바로 이 코랄을 기점으로 삼아 음악이 쉼에 도달한다. 이 작품은 1920년 완성됐으며, 오늘 연주될 버전은 1947년 개작된 출판버전이다.

 

슈트라우스 <돈 후안>

R. Strauss (1864-1949) Don Juan (Transcription for Symphonic Band: Mark Hindsley)

슈트라우스가 스물다섯살에 발표한 첫 번째 교향시로, 첫 무대에서부터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음악사에서 ‘돈 후안’은 모차르트에서부터 수많은 극작가 및 대본가의 손을 거쳐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다. 하지만 슈트라우스는 기존에 잘 알려진 버전이 아닌, 니콜라우스 레나우의 운문극 <돈 후안>을 토대로 교향시를 작곡했다. 특히 레나우의 ‘돈 후안’에서는 영웅의 일대기가 축소되어 있고, 대신 사랑에 관한 이상적인 세계가 강화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슈트라우스는 돈 후안을 그저 색욕에 눈이 먼 방탕아로 그리지 않았다. 그의 작품 안에서 돈 후안은 ‘지고의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낭만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로 묘사되는데, 이는 당시 슈트라우스가 연인 파울리네 데 아나와의 사랑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레나우의 텍스트는 “참으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이기는 하나,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한 마(魔)의 나라여. 열락의 폭풍 속을 지나서, 최후의 여인에게 입 맞춘 뒤 바로 죽어도 좋으리라!”로 시작해서, “이제 아름다운 폭풍은 멎고 정적만이 남았다. 모든 희망과 소원은 죽은 듯하다. 아마도 하늘의 섬광이 우리를 비웃고 우리 사랑의 힘을 흩어버리는 듯하다. 세상은 갑자기 황량한 어둠으로 변한다.”라는 글귀로 끝맺는다.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 역시 이런 텍스트의 흐름에 따라 음악을 진행시킨다. 오보에 그리고 글로켄슈필의 선율은 여성을, 저음으로 등장하는 주제는 돈 후안을 묘사한다. 특히 사랑과 이상을 찾아 움직이는 부분에서는 빠르고 느린 짜임새를 교대로 보여주다가,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레나우의 마지막 싯구를 반영하듯 공허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G. Donizetti (1797-1848) Una Furtiva Lagrima from Opera “L'Elisir d'amore”

<사랑의 묘약>은 도니제티의 70여편에 이르는 오페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단 2주 만에 쓰여진 2막 구성의 오페라로, 펠리체 로마니의 대본을 바탕으로 한다. 오페라에서는 한 마을에서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엉터리 약장수가 ‘사랑의 묘약’을 팔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이 그려진다. 특히 2막에 등장하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오페라의 모든 아리아 중 가장 유명하다. 이 아리아는 약을 산 청년이 여인의 눈물을 본 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 착각하고 부르는 것이지만, 이 여인은 청년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기에 그에게 관심을 보일 뿐이다.

 

미셸 쇤버그, 뮤지컬 <레 미제라블> 중 “별”

C. M. Schönberg (1944-) Stars from Les Misérables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일찍이 영국에서 디킨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올리버!>가 대 성공을 거두자, 작사가 알랭 부빌과 작곡가 쇤버그는 프랑스 문학을 토대로 뮤지컬을 구상하게 되고, 그렇게 세상에 나온 작품이 <레 미제라블>이다. 1980년 9월 초연되어 큰 성공을 거뒀지만 공연장 대관 문제로 부득이하게 막을 내렸고, 2년 가량의 준비기간을 거쳐 1985년 영어 버전으로 공연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별”은 극중 자베르가 부르는 넘버로, 뮤지컬 무대 뿐 아니라 성악가들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김도훈 작곡, 김이나 작사 <꽃이 핀다>

<꽃이 핀다>는 김도훈이 작곡하고 김이나가 작사한 곡으로, 2015년 발매된 케이윌의 6번째 미니앨범 '리(re:)'의 타이틀곡이다. 발매 직후 큰 인기를 얻었으며 2016년 방송된 팬텀싱어 1에서 베이스 손태진, 테너 김현수가 듀엣으로 불러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바람꽃이 날리고 해가 길어져 가고, 이젠 이 길을 밤새 걸어도 걸어도, 손 끝이 시리지가 않아. 무거운 너의 이름이 바람에 날아오르다”라는 서정적인 분위기로 시작해, “나의 입술로 너의 마음을 말하다 운다, 우리 사랑이 멀리 흩어져 간다, 너 하나쯤은 가슴에 묻을 수 있다고, 계절 몇 번을 못 지나 잊을 거라 믿었는데, 지금 이 거리엔 너를 닮은 꽃이 핀다, 또 다시 no no no no 시린 봄이 온다”라는 가사로 끝을 맺는다.

 

벨라스케스 <베사메 무쵸>

C. Velázquez (1916-2005) Bésame Mucho

베사메 무쵸는 1940년 멕시코의 작곡가 벨라스케스가 스페인어로 발매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노래다. 다만, 이 노래는 스페인의 작곡가 그라나도스(E. Granados)가 피아노 작품 및 오페라에 사용했던 선율을 바탕으로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라스케스의 노래는 2차대전 중 널리 퍼져, 이후 비틀즈, 프랭크 시나트라, 플라시도 도밍고 등 다양한 아티스트에 의해 불렸다. 현재 베사메 무쵸는 스페인어로 된 가장 유명한 발라드곡 중 하나로, 성악곡을 비롯한 다양한 편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후사 <윈드앙상블을 위한 협주곡>

K. Husa (1921-2016) Concerto for Wind Ensemble

카렐 후사는 퓰리처상 그리고 그라베마이어상을 탄 체코출신의 작곡가로 어린 시절 프라하에서 작곡을 공부한 후, 파리의 오네게르와 나디아 블랑제에게서 수학했다. 발레, 오케스트라, 콘체르탄테 등 다양한 유형의 곡을 썼는데, 그 중 관악기를 위한 곡을 많이 남긴 것이 인상적이다. 말년에는 미국에 정착하여 지휘자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1954년부터 코넬대의 교수로 재직했다. <윈드앙상블을 위한 협주곡>은 1982년 미시간 대학교의 윈드앙상블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수들러 국제 작곡상(Sudler International Composition Prize)을 수상했다.

작품은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다. 1악장과 3악장은 에너지틱하고 강렬한 반면, 2악장은 좀 더 표현적이다. 간혹 몇몇 음악평론가에 의해 바르톡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과의 연관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곡은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솔로주자의 비르투오조적인 연주가 도드라지며, 동시에 소규모의 악기 그룹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리듬 및 음색의 조합이 뛰어나다. 그리고 이와 같은 다양한 음색의 경합이 다시 한번 대편성의 윈드앙상블 안에 응축되어 있다. 타악기의 비중이 상당한 것도 지적할만한데, 이 때문에 ‘타악기 협주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윈드앙상블 콘서트>, 2019년 11월 27일, (20191125)